직장인이 되고부터는 어디론가 떠나는 것에 전제조건이 많아졌다. 다음날 일정에 무리가 없는 선에서 다녀올 수 있는 거리여야 하지만, 또 너무 가까우면 여행의 기분이 안 나기에 적당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 도시에 사는지라 자연 위주였으면 좋겠지만, 주변에 맛집이나 카페는 빼놓을 수 없다.​

나름 까다로운 조건으로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눈에 들어온 곳이 하나 있었으니, 그곳은 바로 남이섬. 어렸을 때 다녀온 이후로 한 번도 가보지 않아 나에겐 추억 속 여행지와 같은 곳이다. 남이섬과 나 사이의 시간이 벌써 십여 년. 그 간극을 좁히고자 평일 아침부터 일찌감치 출발했는데 강 동쪽에 사는지라 40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반나절이면 충분하겠지’ 했는데,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아 하루를 꼬박 보내고 온 남이섬에서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풀어보고자 한다. 

서울 근교 여행
추억 속 여행지, 남이섬을 공유하다

남이섬

세월과 함께 가물가물 흐려졌지만 이렇게까지 달라질 줄이야. 마치 처음인 듯 낯선 풍경에 조금은 놀랐다. 매표소로 향하는 엄마 뒤를 쫄래쫄래 따라갔던 기억은 뒤로, 이제는 매표소 옆에 키오스크도 설치되어 있다. 남이섬도 언택트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한 것이겠지. 

남이섬
나는 온라인에서 미리 티켓을 구매한지라 무인게이트에서 QR 코드만 찍고 바로 들어갔다. 

– 남이섬 입장권 (왕복선박탑승료 포함)
일반 13,000원

중고등학생(학생증 소지), 70세 이상 10,000원
36개월~ 초등학생 7,000원

– 남이섬 배시간표
07:30-09:00 30분 간격

09:00-18:00 10~20분 간격
18:00-21:30 30분 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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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 적용 가능 기간 : 6/15~6/30
출발 기간 : 6/15~8/31

남이섬

무인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배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틈으로 들어갔다. 배를 놓쳤다고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배가 금방금방 오기도 하고, 강 바람을 맞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배가 와있기 때문. 조금은 일상적인 버스나 지하철이 아닌, 배나 기차를 타면 비로소 여행하는 기분이 난다. 

남이섬
배를 타고 10분 정도면 남이섬에 도착한다. 시간대를 잘 맞추면 특별운항으로 자라섬도 들렀다 간다고. 바람을 가르며 물보라를 일으키며 도착한 남이섬의 모습은 십여 년 전과는 많이 달랐다. 

남이섬

선착장을 벗어나 안으로 들어갈수록 남이섬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다. 초록빛을 한껏 머금은 남이섬의 여름 풍경은 말 그대로 동화 같다. 자전거 타는 커플부터 어린아이와 함께하는 젊은 부부,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중년 혹은 노부부까지. 지금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담으려 서로를 바라보며 서있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을 완성시킨다. 

남이섬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이 장관이라는 남이섬. 지금 이 계절에는 싱그러움으로 가득하다. 마스크 너머로도 충분히 느껴지지만,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없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남이섬

남이섬은 메타세콰이어길로도 유명한데, 어딜 가나 나무가 길을 만들며 서있다. 나무가 만드는 숲이 뜨거운 햇빛도 막아줘 섬 바깥보다 더욱 시원하다. 어디서든 동화 같은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강 쪽에 있는 길이 참 좋았다. 저 멀리서 반짝이는 빛이 궁금해 가까이 가봤더니 숨겨져있던 강이 짠! 하고 선물 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남이섬

덩달아 마음이 따뜻해져 남이섬을 천천히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한다. 목적지를 정해놓지 않고 발길 닿는 대로 구경하는 것이 좋을 때가 있다. 남이섬은 어디든 걷기 좋게 되어있고, 자연을 참 보기 좋게 가꿔놓았다. 시야에 토끼나 다람쥐, 청설모가 들어왔을 때의 그 기쁨이란! 모형인 줄 알았던 공작새까지 보았다.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남이섬이다. 서울 근교에서 곤충과 동물들을 친구처럼 볼 수 있는 곳이라니. 

남이섬

남이섬은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기에 섬 안에 부대시설이 궁금했다. (특히 남이섬 맛집이랄까..) 남이섬 가는 차 안에서 미리 알아보고 갔지만, 걸어 다니면서 보니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의 레스토랑이 있다. 

한식, 양식, 중식 중에서 고민하다가 남문이라는 한식당으로. 월요일 점심부터 안팎으로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다. 

남이섬

우리가 주문한 건 연잎밥 정식. 남이섬에서 기른 연잎이라고 한다. 반찬도 하나같이 다 맛있고, 불고기도 부드러워서 찰밥과 함께 먹기 좋았다. 간도 세지 않아 건강하게 먹고 싶은 곳을 찾고 있다면 추천한다.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고 싶었지만 오늘만큼은 참아보기로. 

입장권에 카페&레스토랑 이용권 옵션을 더해 티켓을 예약했기에 식사도 비교적 저렴하게 즐길 수 있었다. 15,000원의 경우 13,500원에, 25,000원의 경우 22,500원에 구매할 수 있으니 남이섬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참고하면 좋겠다. 

남이섬

든든한 식사를 하고 나오니 옆 건물에 공예체험관이 있다. 공예품을 전시해놓은 공간과 체험하는 공간으로 나눠져있는데, 창 너머로 푸릇한 자연을 바라보며 작업하면 결과물 뿐만 아니라 그 과정까지 즐거울 듯하다. 

남이섬에서 자전거 여행도 가능하다. 1인용 자전거뿐만 아니라 커플 혹은 가족용, 하늘을 달리는 자전거까지 있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가족 나들이 여행지로 인기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남이섬

실제로 평일 중 월요일, 그것도 이른 시간부터 방문해 사람이 거의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금요일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남이섬

걷다가 덥다 싶으면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눈앞에 있는 풍경을 지긋이 보고 싶을 땐 벤치에 앉는 등 무계획 속에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던 남이섬에서의 하루. 무엇을 하지 않아도 꼭꼭 채워지는 기분이다. 반나절이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나올 때쯤에 메타세콰이어길에 불이 켜졌다. 

남이섬

아쉬움을 뒤로하고 배를 타려는데 이 시간에도 입도하는 사람들이 많다. 양손 가득 짐이 있는 걸 보니 아마도 남이섬의 호텔 정관루에서 하룻밤 머물려는 사람들인 듯 보인다. 잠깐 본 남이섬의 저녁이 낭만적이라 ‘남이섬 정관루’를 검색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깔끔하고 정갈했다. 무엇보다 배가 없는 시간, 그러니까 이곳에 자야만 볼 수 있는 시간대의 풍경들을 누릴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남이섬

실제로 호텔 정관루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웨딩 스냅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다고.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이 다 나간 이후로는 한적한 남이섬을 오붓하게 즐길 수 있으니 나 또한 다음번에 방문하게 된다면 정관루에서의 하룻밤을 계획해봐야겠다. 

남이섬

남이섬은 애견동반 여행지로도 유명하다. 반려견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애견동반 펜션부터 애견동반 식당까지 세심하게 준비해놓았다. 자연 속에서 뛰노는 강아지들을 보니 집에 있는 동그란 얼굴이 떠오른다. 다음번에는 꼭 함께 와야지. 


멀어지는 남이섬의 모습을 바라보며 안녕을 고한다. 살랑이는 바람마저 기분 좋은 이 시간. 배 가장자리에 놓인 국기들이 펄럭이는 모습을 보니 진짜 여행을 다녀온 듯하다. 꿈같았던 시간들은 또다시 추억으로 묻어두고,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본다. 

남이섬의 감상평을 한 줄로 남겨보자면, ‘사랑하는 사람과 가기 좋은 여행지로 정의하고 싶다. 지금 가장 아름다운 그곳에서 당신의 가장 아름다운 지금을 남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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