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고전 판타지를 보면 1만 명 정도를 대군이라 말하곤 한다. 대한민국 영토만 한 크기에 수십 개의 국가가 있었기 때문에 1만 정도면 대군을 거느렸다 할 만했다. 인구밀도가 폭발인 서울로 친다면 지역으로도 안 나뉘겠다. [주공1-3단지 연합국], [헬리오시티 연방국]쯤 되겠다. 

우스갯소리로 앞서 과장을 조금 보탰지만 마포구 일대는 나에게 [홍대연방국] 정도로 통용되는 가깝고도 먼 그런 곳이다. 서울에 살고 있지만 멀다는 심리 때문인지, 마포는 분명 좋아할 만한 것들이 모여있음에도 쉽게 발길이 가지 않는 동네다. 그래서인지 더 여행하는 느낌으로 가보고 싶어 마음먹고 평일 월차를 냈다. 

​부스스한 아침 공기가 아닌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일어나니 시작부터 만족스럽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추석까지 공휴일이 없단다.(하….) 그래서 더 알차게 놀겠노라는 사명감을 갖고 수일 전부터 계획했다. 피 같은 월차를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고르고 고른 연남동 가볼만한곳을 소개한다. 

연남동 나들이 코스 BEST 4
평일에 느낀 주말 오후의 한적함

1. 오우야 에스프레소바연남동 나들이 코스 오우야 에스프레소바

동행한 절친 J가 카페에 가기 전 에스프레소를 한잔하고 가잔다. 이 무슨 고기 먹기 전 스팸 먹자는 소린지. 사실 이해가 안 됐지만 ‘가보면 안다’란 말에 초보 연남러가 별 수 있나? 따라나섰다. 오우야를 마주하고 한 첫 마디가 기억난다 ‘여기 컨셉 죽인다’. 사실 합정 부근에 있어 연남동 소개에 넣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끼워 넣고 싶을 만큼 좋으니 거리가 좀 되더라도 방문해보기 바란다.

연남동 나들이 코스 오우야 에스프레소바

오우야는 ‘임팩트 비주얼라이징‘을 강조하고 있어 곳곳에서 그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다. 밝은 회색빛 콘크리트와 통유리로 가시성을 극대화했고, 의자 없이 스탠딩 테이블로 꾸며진 공간은 여느 카페들과의 차별성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다크 그린과 스테인리스를 사용한 브랜드 컬러는 소비자에게 ‘오우야’라는 브랜드를 색으로써 한 번 더 각인시킨다.

연남동 나들이 코스 오우야 에스프레소바

막 커피를 먹기 시작할 무렵 에스프레소는 진득한 어른의 전유물 같은 음료였다. 어느새 커피 없이 하루를 살아가기 버거운 나이가 됐음에도 굳이 마셔볼 생각을 안 했던 음료다. 에스프레소와 바, 어릴 적 생각했던 어른의 것을 즐기고 있으니 어리지만은 않아진 나이가 새삼스럽다. 괜히 깔끔한 정장 입고 영자신문 하나 들고 방문해보고 싶다.

연남동 나들이 코스 오우야 에스프레소바

에스프레소의 맛이라 하면 인상 쓸 만큼 쓰다는 구전동화 정도로 기억에 남아있다. 웬걸 조금은 어른이 된 건지 너무 맛있더라. 씁쓸 고소한 커피와 부드러운 크림이 만든 맛은 천천히 즐길 수 없을 만큼 홀짝홀짝을 반복하게 한다. 카페인에 민감한 내 심장만 버텨준다면 넉 잔 정도는 들이키고 싶은 정도다. 폭신한 빵을 살짝 적셔 먹는다면 그 행복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과도한 카페인 복용으로 의도치 않은 심쿵을 유발할 수 있으니, 맛있다고 과다 복용은 주의하자. 

– 운영시간 :
월~토 10:00 – 20:00 (last order 19:30)

*일요일 휴무​
– 대표메뉴
카페크렘 2,900원

콘파냐 3,400원
미니 크루아상 2,300원

>> 빵순이 가이드와 함께하는 연남동 빵지순례

2. 경의선 숲길

연남동 나들이 코스 경의선숲길

경성과 신의주를 있는 복선철도라는 뜻의 경의선은 1905년 일제에 의해 건설된 철로이다. 남북이 분단되며 국토분단의 상징이자 버려진 철로가 되었지만, 경의선이 지하화되면서 폐철길을 사용해 공원으로 탈바꿈한 게 지금의 ‘경의선 숲길’이다. 특히 길이가 가장 긴 연남동 구간은 미국의 센트럴파크에 빗대어 연트럴파크라는 이름이 붙여질 만큼 도시와 잘 조화하고 있다.

연남동 나들이 코스 경의선숲길

홍대입구역을 기점으로 연남동 구간이 시작되는 지점엔 사람이 많아 복잡하지만 조금만 참고 걸어가면 한적한 공원의 느낌을 만날 수 있다. 누군가 사람 구경이 가장 재미있다고 했던가. 대화하며 천천히 걷는 사람들, 여름같이 맑은 아이들 웃음소리, 엉덩이부터 신난 강아지들을 보고 있자면 괜스레 내 기분마저 좋아진다. 

연남동 나들이 코스 경의선숲길

경의선 숲길을 중심으로 상권이 많이 발달되어 있다. 상업지가 아닌 주거지역 주변에 위치한 상권답게 시끄럽거나 북적거리는 가게보단, 잔잔하게 들를 수 있는 가게들이 많다. 또 이런 곳에 가게들은 왜 이렇게 예쁜 건지, 카메라를 든 필자는 한걸음 한 걸음이 아쉬워서 전진하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골목마다 아기자기한 가게가 많으니 구석구석 잘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연남동 나들이 코스 경의선숲길

도심 속 공원은 참 매력적이다. 멀지 않은 곳에서 나들이 기분을 충분히 낼 수 있으니 말이다. 그 말은 가까운 곳에서 행복을 충전하기 좋다는 말이기도 하다. 충전이 필요하다면 잠시 거닐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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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해즈밀

연남동 나들이 코스 해즈밀

역 앞 포장마차 어묵과 고급 일식집 어묵의 퀄리티는 비교할 수 없다. 그렇지만 때때론 포장마차 어묵 맛이 그립다. 여기에는 분명 공간이 만들어내는 맛도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촌놈처럼 연남에 왔으니 연남스러운 맛을 찾아가겠노라며 준프로연남러 J를 푸시해 찾아낸 해즈밀을 소개한다.

연남동 나들이 코스 해즈밀

​크지 않은 공간에 액자와 메뉴 사진마저 인테리어로 활용한 내부는 소소하고도 따뜻한 느낌을 준다. 테이블이 많지 않아 웨이팅을 해야 될 수 있지만 그만큼 아늑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즐기기에 아주 적당하다. 하지만 공간만 좋다고 맛집이라 할 수 없다. 우선 식당의 본분인 ‘맛’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기본에 충실한 음식은 입안에 담으면 은근한 미소를 짓게 해 표정에서부터 티가 난다.

인기 메뉴 중 하나인 조개스튜는 꼭 먹어보길 바란다. 오일과 버터 조개가 잘 어우러져 그 자체로도 맛있는데, 어느 정도 먹은 후 면을 추가하면 훌륭한 파스타로도 즐길 수 있다. 탄수화물 중독자인 필자에겐 만족하지 않을 수 없는 구성이다. 공간과 맛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해즈밀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 운영시간 :
화~토 12:00 – 22:00 (last order 20:30)

브레이크타임 15:30 – 17:30 (last order 14:30)
*월요일, 첫째/셋째주 화요일 휴무
*예약가능
– 대표메뉴
스테이크 32,000원

조개스튜 16,000원 (면 추가 3,000원)
파스타 16,000원 – 18,000원

4. 브라운하우스

연남동 나들이 코스 브라운하우스

​잘 꾸며진 가구 쇼룸 같기도 한 브라운하우스는 가구 마니아들 사이에서 핫한 카페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에 oo 스타일이라 검색만 해도 카피제품들이 넘쳐나는데, 브라운하우스에선 루이스 폴센, 임스 스토리지, 조 콜롬보 등 유명 오리지널 가구의 감성을 즐길 수 있다. 보는 것뿐 아니라 직접 사용할 수도 있으니 오브제 덕후라면 흐뭇해지는 그런 카페다. 

연남동 나들이 코스 브라운하우스

다양한 오브제로 인테리어를 하는 건 쉽지 만은 않다. 물론 만만치 않은 가격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지만, 아이덴티티가 뚜렷한 오브제들이 서로 만나면 자칫 부조화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라운하우스는 가구와 조명 오브제를 적절히 사용해 억지스럽지 않게 미드센츄리모던 인테리어를 잘 풀어냈다. 3층 아카이브에선 컵, 가방, 소품 등 다양한 오브제도 판매하고 있다.

연남동 나들이 코스 브라운하우스

뉴욕 소호를 연상케 하는 공간은, 맥북 하나 들고 작업하러 가야 할 것만 같다. 그렇게 하기 싫은 작업도 좋은 공간을 보니 하고 싶어지나 보다. 밀린 작업이나 과제에 허덕이고 있다면 영감이 떠오를 거 같은 이런 공간에서 해 보는 건 어떨지. 물론 밀린 과제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연남동 나들이 코스 브라운하우스

부쩍 더워진 날씨, 잘 만들어낸 공간에서 시원한 차 한 잔으로 더위를 식히는 것만큼 확실한 행복도 없다. 더위와 일상에 지쳤다면 사소하지만 확실하게 행복해지는 곳에서 잠시 쉬어 가보자.

– 운영시간 :
매일 10:00 – 22:00
– 대표메뉴 :
브라운커피 6,300원

아메리카노 5,500원
패션후르츠에이드 7,000원


연남동에서 보낸 평일은 마치 한적한 주말 오후 같았다. 너무 북적거리지도 그렇다고 너무 심심하지도 않은 연남. 그곳에서 주말을 미리 당겨써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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