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좋아하는 색으로 취향을 표현하기도 하고, 오늘의 기분을 말하기도 한다. 핑크빛 사랑, 푸른빛 에너지 같은 걸 직접 눈으로 본 사람은 없지만 그게 무엇을 말하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뮤지엄 오브 컬러는 삶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색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우리 일상에 아주 고요히 때로는 강렬하게 자리하는 색. 그 당연하면서도 새삼스러운 존재의 아름다움을 찾아 다녀왔다. 장소는 63빌딩 전망대가 있는 60층에 위치한 63아트. 지금부터 여섯 명의 아티스트가 그린 81점의 작품 속으로 함께 떠나보자. 

– 관람시간
매일 10:30 – 20:30

(매표 마감 20:00)
– 입장권
대인 15,000원

소인 11,000원

뮤지엄 오브 컬러
당연하면서도 새삼스러운 존재의 아름다움

뮤지엄 오브 컬러

입장은 지하 일층에 위치한 엘리베이터 앞 직원의 안내에 따라 진행된다. 귀가 먹먹해지도록 빠르게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멍하니 바라본 광경은 어딘지 색을 70프로쯤 잃어버린 듯한 한강뷰다. 구름이 가득한 날에는 이토록 삭막한 한강이라니. 싱그러운 숲도 흐린 하늘 아래선 장사 없구나. 새삼 파란 하늘의 위력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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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에게 가장 먼저 인사를 건넨 컬러는 레드다. 빨간 문과 노란 선의 조화가 고급 양장본의 표지를 연상시킨다. 촬영과 경탄의 연속만으로 시간을 채우기 아쉽다면, 오디오 가이드를 추천한다. 본 전시는 ‘가이드 온‘이라는 앱을 통해 무료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한다. 서울 아이와 가볼만한곳을 찾고 있었다면 제격이겠다. 각 작품에 담긴 해석부터 비하인드스토리까지 보다 흥미롭고 깊이 있는 관람을 도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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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건 뜻밖에도 블랙이었다. 입구에서부터 밝고 웅장한 음악이 들려오기에 레드나 옐로처럼 경쾌한 유채색을 예상했건만 이렇게나 무심한 컬러가 첫 타자라니. 그러나 편견도 잠시, 공간을 채우는 찬연한 작품들에 한시라도 눈을 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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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인상적인 작품의 주인은 바로 ‘크리스티나 마키바‘. 러시아의 사진작가이다. 거짓말 같은 배경과 디즈니 공주를 연상시키는 여성들. 이토록 낭만적인 구성과 다채로운 컬러는 마키바 작품의 대표적인 포인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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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서 느낀 블랙은 의외로 사려 깊은 색이었다. 많은 말을 건네지 않아서 더 좋았다. 입만 있고 귀가 없는 세상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듯 블루와 옐로, 그린과 레드가 돋보일 수 있는 이유 역시 그 뒤를 묵묵히 지키는 블랙, 블랙 덕이다.

뮤지엄 오브 컬러뮤지엄 오브 컬러

레드는 자연에서 발견한 가장 초기의 유채색 중 하나라고 한다. 화려함이나 강렬함 하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색이니 그 유래 역시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공간의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러그와 벽지를 레드로 물들이고 소파, 테이블, 조명에 골드 디테일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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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공간 역시 마키바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다채로운 색감을 자랑했던 블랙과는 다르게 이곳은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로 가득했다. 그중 마키바의 ‘모든 양귀비가 잠들면’이라는 작품은 작가 본인과도 깊은 인연이 있다고 한다. 러시아어로 양귀비는 ‘마크’인데, 공교롭게도 마키바의 이름 역시 양귀비의 꽃말과 같다는 것. 위로와 위안을 뜻하는 양귀비의 꽃말처럼 작품에서도 레드가 전하는 포근한 위로가 느껴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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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씹어 보기만 해도 어쩐지 심장이 간지러워지는 이름 핑크. ‘꿈결을 걷는 시간 핑크‘는 아치형 구조물이 인상적이었다. 내부로 들어갈수록 색감이 짙어지는 형태의 터널은 핑크가 가진 의미의 변천사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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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에는 장미색으로 불렸고,  또 어떤 날에는 여성성이나 관능을 상징했지만 오늘날에는 모두를 위한 컬러로 사랑받는 핑크.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춘 이 컬러의 내일은 또 어떤 모습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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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는 파란색을 좋아하지 않았다. 사실 좋아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여자아이들은 분홍, 남자아이들은 파랑이 당연한 세상에서 학용품을 골랐으니까. 하지만 영원히 파란색은 고를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아이가 자라, 블루를 사랑하는 어른이 되었다. 정확한 계기는 모르지만 그런 게 중요하진 않았다. 어쨌든 블루는 감정의 양 끝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그만의 묘한 분위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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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했지만 그게 또 반가웠던 바다가 공간을 채웠다. 스코틀랜드 사진작가 린 더글라스의 블루는 모두의 마음속에 하나쯤 존재하는 추억상자를 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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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오후의 모래사장부터 거세게 물보라를 일으키는 파도까지. 중앙에 놓인 벤치에 앉아 한참 동안이나 그가 담아온 블루를 감상했다.

뮤지엄 오브 컬러뮤지엄 오브 컬러
비비드는 왠지 비! 비! 드!라고 읽어야 할 것만 같다. 상큼한 컬러의 향연이 즐거운 비비드의 문은 아트놈이 열었다. 말 그대로 ‘아트를 하는 놈’. 이름부터 익살스러운 아트놈의 작품이 멀리서부터 존재감을 드러낸다. 유쾌하고 귀여운 매력이 돋보이는 작가의 작품의 대부분은 본인과 주변인을 모티프로 탄생했다고 한다.

뮤지엄 오브 컬러
사진작가 예너 토룬의 작품은 실제 존재하는 건축물을 재구성했다. 그는 건축물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기하학무늬와 고유의 색감에 집중했다. 독보적인 유머감각으로 지어낸 작품명 역시 흥미로운 포인트 중 하나이다. 그의 작품에는 종종 인물이 등장한다. 모르는 행인이 그대로 찍혀 나오는 경우도 있고, 본인이 주인공으로 직접 나서기도 한다. 확실히 국내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컬러감의 건축물을 다양한 시각으로 구경할 수 있어 신선했다.

뮤지엄 오브 컬러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전시 관련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숍이 마련돼있다. 참여 작가들의 사진으로 제작한 엽서부터 팬톤의 머그까지 컬러감이 돋보이는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다. 인상 깊었던 컬러를 곱씹어 보며 나를 위한 선물을 골라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겠다. 선물은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늘 즐거우니.

뮤지엄 오브 컬러
한참 동안이나 나를 한 가지 색으로 말하고 싶어 하던 시절이 있었다. 나를 정의할 수 있는 확실한 색이 있어야만 내 존재감이 빛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안의 다양한 나를 인정한 후, 이제는 그런 게 별 의미 없다는 걸 안다. 결국 무지개도 일곱 개의 줄이 한데 모여 둥근 곡선을 그려야만 그 이름으로 불릴 수 있으니까. 요즈음의 나는 분홍이었다, 파랑이었다, 또 어떤 날엔 잿빛인 나를 사랑한다.


평일 오후, 색의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걸음 한 이곳. 서울 전시회로 추천한다. 전시 기간인 8월까지 KKday에서 최저가 11,000원으로 예약이 가능하다. 나는 혼자 갔지만, 데이트 코스아이와 가볼만한곳으로도 손색없다. 누가 되었든 다채로운 색 앞에서 서로의 모습을 담아주면 좋겠다. 무엇보다 그곳에서 빛바랜 색의 진가를 찾아보길 바란다. 

​>> 뮤지엄 오브 컬러 63 입장권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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