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를 바른 빵과 에스프레소, 종이신문으로 문을 여는 아침(신문은 읽지도 않으면서요) 같은 걸 낭만이라고 여겼던 시절이 있었다. 지독한 사대주의에 빠져서 좋아 보이는 것들만 보면 죄다 유럽 같다는 말을 하곤 했던 시절. 그런 유치한 편견은 사실 아직까지도 유효하다. 유럽에서 프라하로 좁혀지긴 했지만. 걱정 없이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들과 오천 원짜리 식사도 행복할 것 같은 풍경의 연속. 실은 그게 아님에도 여행지에서는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눈에 담기는 순간순간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으니까. 프라하에 머무는 동안은 이런 망상을 즐기며 소설을 써봐도 괜찮을 것 같았다.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녀도 마냥 행복한 도시, 사랑스러운 프라하의 여행지 네 곳을 소개한다.

체코 프라하 여행 BEST 4
길을 잃어도 좋아, 프라하

1. 카를교

체코 프라하 여행 카를교

함께 걷는 이가 누구라도 당장 사랑에 빠져버릴 수 있는 마법의 다리. 카를교는 프라하의 시작이자 전부이다. 어떤 계절, 어떤 시간대에 방문해도 마냥 좋아서 실로 여행 중에 몇 번을 오갔는지 모른다. 굳이 거쳐갈 필요가 없어도 하루에 한 번쯤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가며 꼭 건너갔던 다리. 구시가와 프라하성을 연결하는 카를교는 도심 중앙을 가르며 흐르는 블타바 강의 가장 오래된 다리이다.

체코 프라하 여행 카를교체코 프라하 여행 카를교

카를교하면 무엇보다 거짓말처럼 펼쳐지는 시가지의 풍경이 대표적이지만 다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의미심장한 모양새의 동상들 역시 인상적이다. 조각상들의 정체는 성서 속 인물과 체코의 성인들이다. 약 30개의 상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중 성 요한 네포무크 상이 대표적이다. 재밌는 점은 행운을 염원하는 여행객들의 손길로 상의 일부가 퇴색됐다는 것. 평소엔 시시하다며 지나치는 행위임에도 완벽하게 낯선 곳에선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든다. 생각해 보니 여유로운 마음으로 온전히 나의 행복을 빌어보는 일,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

체코 프라하 여행 카를교

너비가 좁지 않은 다리 위에서는 거리 악사와 화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생각보다 수준급의 연주 실력을 선보인다. 거리의 예술가들 덕에 한층 더 로맨틱해진 다리, 그곳에 기대어 차갑지만 동시에 따듯한 겨울을 느꼈다. 알 수 없는 언어로 들려오는 노랫소리, 다리 위 풍경을 보며 감탄하는 여행객들의 작은 탄성 등 직접적으로 행복을 말하는 이는 없었지만 온통 행복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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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프라하성 (성 비투스 대성당)

체코 프라하 여행 프라하성(성 비투스 대성당)

프라하성은 중세 시대 성 중 가장 큰 규모로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시내의 어디를 가도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우뚝 솟아 오른 성을 발견할 수 있다. 아무래도 솟아오른 성의 입구까지는 경사가 있는 편이라 급하게 올라가기보다는 주변을 둘러본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산책해 오르길 추천한다. 계절에 따라 골목 중간중간 시원한 티 나 뱅쇼를 파는 곳도 있으니 한잔 손에 들고 유유자적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체코 프라하 여행 프라하성(성 비투스 대성당)

프라하성의 하이라이트인 ‘성 비투스 대성당‘. 바깥에서도 고개를 잔뜩 젖혀 올려야 그 웅장함을 다 담을 수 있었는데 역시나 놀랍도록 성대한 내부에 그만 할 말을 잃었다. 무려 천년에 걸쳐 완공된 성당은 완벽한 대칭과 찬란하게 빛나는 스테인드글라스가 특징. 오랜 기간 지어진 건축물이기에 내부에 남아있는 작품들 또한 시대에 따라 제작 방법과 양식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한다.

체코 프라하 여행 프라하성(성 비투스 대성당)

프라하성은 하나의 건축물이 아니라 여러 상점, 주택 등을 모두 포함하는 커다란 단지를 의미한다. 때문에 성 내외부에는 성당이나 궁전 외에도 당시 주민들이 이용하던 시설이나 생활 터를 찾아볼 수 있다. 30분을 가까이 성에 올라 내려다본 시가지는 붉은 지붕과 파란 하늘이 대비감을 보이며 절경을 이뤘다. 역사를 알고 돌아볼 때 훨씬 풍성해지는 여행지로, 꼭 사전에 충분한 지식 습득 후 방문하길 추천한다.

체코 프라하 여행 프라하성(성 비투스 대성당)

카를교의 시작 부근, 사랑의 자물쇠가 가득한 펜스 앞에선 프라하성과 카를교를 모두 배경으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알록달록한 건물과 거대한 성. 그 아래로 조용히 흐르는 강물. 디즈니 프린세스 작품에 들어온 것처럼 이렇게나 모든 게 설정과다일 수 있나 생각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지구 반대편 어딘가 이런 풍경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에 묘한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다. 

3. 카페 사보이 (CAFE SAVOY)

체코 프라하 여행 카페 사보이 (CAFE SAVOY)
Credit:@loona0930

시차 적응에 제대로 실패한 나는 여행 내내 저녁 8시에 잠들고 새벽 4시에 기상했다. 그래도 하루는 정신 차려서 꼭 브런치를 먹으러 가겠노라 다짐하곤 방문한 곳이 바로 카페 사보이. 1893년 처음 문을 연 이곳은 프라하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이다. 전체적으로 고풍스럽고 따뜻한 분위기가 감도는 내부는 복층으로 구성돼있다. 하지만 피크타임에는 금세 자리가 찬다는 이야기를 듣고 방문 전 미리 예약을 했다. 구글맵에 안내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당일에도 쉽게 예약할 수 있으니 참고할 것.

체코 프라하 여행 카페 사보이 (CAFE SAVOY)체코 프라하 여행 카페 사보이 (CAFE SAVOY)

전체적인 메뉴 구성은 호텔 조식을 떠올리게 한다. 프렌치토스트, 오믈렛처럼 익숙한 메뉴들로 구성돼있어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 여행객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 다만 브런치 메뉴는 11시 30분까지 주문할 수 있다. 저녁에 방문 시, 이브닝 메뉴만 가능하니 역시 참고하자. 체코의 물가는 전체적으로 한국보다 조금 싼 편이다. 이곳 역시 꽤 본격적인 브런치 메뉴가 제공되는 곳임에도 꽤 합리적인 가격대로 만나볼 수 있어 반가웠다.

추천 메뉴는 프렌치 브렉퍼스트와 에그 베네딕트. 먼저 브렉퍼스트는 든든하면서도 조화로운 구성이 맘에 들었다. 스크램블 에그로 속을 채운 크루아상이 메인. 거기에 소시지와 감자구이, 샐러드를 곁들인 구성이다. 바삭한 크루아상과 포근포근한 스크램블 에그의 조합이 정말 일품이었다. 에그 베네딕트는 톡 터지는 수란이 매력적이다. 무겁지 않고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베샤멜 소스 역시 빵과 잘 어울렸다.

체코 프라하 여행 카페 사보이 (CAFE SAVOY)체코 프라하 여행 카페 사보이 (CAFE SAVOY)

사보이에서는 디저트까지 즐길 수 있다. 꽤 다양한 종류의 파이와 케이크가 가득했는데 전부 손바닥보다 작은 사이즈라 식후 디저트로 좋았다. 추천 메뉴는 레몬 머랭 파이. 단단한 타르트지 안을 레몬 커드로 채우고 머랭을 올려 토치로 구운 디저트이다. 머랭을 토치로 구운 모양새가 다소 낯설게 다가올 수 있지만 의심을 이겨내고 한입을 경험하는 순간 기분 좋은 미소를 띠게 될 것이다.

– 운영시간 :
평일 08:00 – 22:00
주말 09:00 – 22:00

4. 블타바강 백조 서식지

체코 프라하 여행 블타바강 백조 서식지

나는 조류라면 치를 떠는 사람이었다. 세상의 모든 날개 달린 친구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종을 막론하고 그들의 몸을 감싸는 섬세한 깃털이나 매끈한 몸의 곡선 같은 걸 단 한 번도 아름답다 느껴본 적이 없었다. 프라하에서 백조떼를 만나기 전까지는. 영화나 그림에서만 나올법한 장면이 연이어 펼쳐지는 곳, 그곳이 프라하이다. 프라하성에서 카를교 쪽으로 골목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하얀 자태를 뽐내는 백조 무리를 발견할 수 있다.

체코 프라하 여행 블타바강 백조 서식지

물가에 나와있는 백조 떼는 지나가는 누구라도 시선을 끌기 충분하다. ‘원래는 그럴 계획이 아니었는데’라는 말을 덧붙이며 발걸음을 옮기게 만드는 곳. 아무래도 평소 쉽게 볼 수 없는 동물이다 보니 더욱 그렇다. 워낙 생활권 한가운데 자리한 곳이다 보니 사람이 오가는 게 꽤 익숙한 모양이었다. 눈길을 주지 않는 건 물론 먹이를 주는 척 손을 건네면 그제서야 조금 돌아보곤 한다. 이토록 도도하고 영악한 조류라니. 이런 포인트에 매력을 느껴버린 것일까?

체코 프라하 여행 블타바강 백조 서식지
Credit:@johz_korea

해가 빛나고 날이 따뜻한 계절에는 반짝이는 호수에서 유영하는 백조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다. 하얗고 보드라운 아이들이 프라하의 시가지를 배경 삼아 유유히 떠다니는 광경은 잊지 못할 장면으로 남았다. 내가 방문했던 계절은 겨울이라 흐린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림 같았다.

여유를 찾아서 온 여행지에서 나도 모르게 빡빡한 여행 스케줄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면 오히려 옆길로 새보는 건 어떨까. 오래도록 은은하게 일렁이는 추억을 만드는 일. 그런 건 의외로 계획해서 되는 일이 아니기도 하니 말이다.


여행 중 한국인 길치의 테마곡 ‘분홍신’을 몇 번이나 불렀는지 모른다. 작은 도시였음에도 왜 그렇게 자주 길을 잃었는지. 그래도 희한했던 건, 화가 나지 않았고 행복했다는 것이다. 내일은 무엇을 해? 묻는 가족들의 질문에 글쎄…라는 말로 답해도 전혀 걱정이 되지 않던 곳.

팬데믹 이후 계획이 내 삶에서 가지는 의미에 대해 더 진중히 생각해 보았다. 마음대로 되는 인생도 아니면서 스스로 정한 무언가에 너무 끌려다니지는 않았는지. 여유를 찾아 떠났던 여행길에서조차 마음을 졸이며 다니지는 않았는지. 하늘길이 자유롭게 열리게 될 그날을 고대하며, 그런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사랑스러운 프라하를 꿈꿔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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