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에게 주말만큼 짧은 달콤함도 없겠다. 주말이 기다려지는 건 지루한 일상을 벗어난 ‘비일상’에서 오는 행복을 기다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장마가 시작됐다. 비 오는 걸 가뜩이나 싫어하는 필자에겐 힘든 나날의 연속이다. 평일은 그렇다 쳐도 ‘비일상’을 즐기고픈 주말마저 ‘비’ 일상이 됐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주말을 허투루 보낼 수 없으니 주섬주섬 우산이라도 챙겨 나가본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을 시답잖은 위로라 생각하지만, 또 이런 상황에 그만한 말도 없겠다. 한순간 비와 친해질 순 없겠지만, 짧지 않은 장마에 비와 조금은 친해져 봐야겠다. 물론 내 상태는 뽀송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나와 같이 장마가 힘든 독자들을 위해 준비했다. 비오는날 갈만한곳 3곳을 소개한다.

비오는날 갈만한곳 BEST 3
비일상이 힘든 당신에게

1. 식물관 PH

 

비오는날 갈만한곳 식물관 PH

커다란 온실 같기도 한 모습이 멀리서부터 눈에 들어온다. 식물원 같은 외관과 어울리듯 미술관+식물원을 일컬어 실물관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식물관 PH는 전시, 카페, 체험 등 다양한 문화생활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단순한 카페가 아님을 입장에서부터 보여준다. 카페이기도 한 이곳엔 음료 가격표가 없다. 대신 입장료를 받고 음료 1잔을 무료로 제공한다. 누군가는 그게 음료 가격 아닌가? 하고 묻겠지만, 음료의 가격이 아닌 입장료로 책정한 이 작은 디테일이 공간의 아이덴티티를 대변해 준다.

비오는날 갈만한곳 식물관 PH

내부에 들어서면 식물을 오브제로 사용한 플랜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현대적이고 깔끔한 통유리로 된 벽과 천장, 화이트톤의 인테리어는 초록의 싱그러움과 만나 시원한 개방감을 만들어낸다. 식물을 단순한 인테리어로만 사용한 건 아니다. 전문 인력이 매일 식물을 관리하며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

식물과 함께 날씨와 계절에 따른 주변 풍경을 볼 수 있으니 실내이지만 실외에 나와있는 기분이 들게도 한다. 비 오는 날 천장으로 떨어지는 비를 보며 장맛비를 잠시나마 낭만으로 바꿔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비오는날 갈만한곳 식물관 PH

1층 중앙에서 2층 정도 높이의 유리로 된 소형 식물 전시장을 볼 수 있다. 보기엔 흔한 화분에 꽃과 풀들일 수 있지만, 특별한 공간이 식물들에게 그 가치를 더한다. 삭막한 도심 속을 살아가는 구성원에게 온실 속 식물은 자연을 품은 예술품이 되어준다. 식물관은 작지 않은 건물로 비교적 덜 북적거리지만, 이 전시공간 안으로 들어오면 자연의 향과 함께 한결 더 고요함을 즐길 수 있다.

비오는날 갈만한곳 식물관 PH

이 외에도 이곳 3~4층에서는 미술, 사진, 체험 등 다양한 예술가와 콜라보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는 단순히 머물러 가는 곳에 그치기보단 능동적이고도 창의적인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오너의 마음이 담겨있다. 때마다 좋은 전시를 선보이니 예술적 감을 채우기에도 좋겠다.

비오는날 갈만한곳 식물관 PH

습한 장마와 더위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자연으로 나가 여름을 담은 자연 사이를 마음껏 만끽하고 싶지만 그마저도 녹록지 않다. 아쉬운 대로 초록의 싱그러움을 누리겠다며 이곳을 찾았다. 카페인 듯하지만 들여다보면 작은 정원이자 공원 같기도 한 이곳이 썩 마음에 든다. 너른 자연만큼은 아니더라도 식물이 주는 좋은 기운을 마시며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자.

– 운영시간
월~일 10:00 – 19:00
– 입장료 (음료 1잔 무료제공)
성인 13,000원
청소년 8,000원
소인 5,000원

2. 4560 디자인하우스

비오는날 갈만한곳 4560 디자인하우스

덕후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4560디자인하우스의 대표를 두고 할 수 있는 말이겠다. 이곳은 대표의 덕심(?)스토리를 빼놓고 이야기를 시작할 수 없다. 평범한 웹디자이너의 컬렉팅이 이곳을 만들었다. 7년 전 디터 람스의 턴테이블에 매료되었고, 그 우연한 만남으로부터 디터 람스에게 빠져 지금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비오는날 갈만한곳 4560 디자인하우스

정확히 말하면 이곳은 확장 이전된 2호점이다. 수집을 하다 보니 불어난 제품들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본인의 사무실 40평가량을 소소한 갤러리로 꾸며놓았던 게 4560디자인하우스(1호점)의 시작이었다.

작은 사무실에서 예약제로 관람객을 받았고 대표가 직접 도슨트로 나서 본인의 소장품들을 설명해 줬다.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그 반응에 필자 또한 동참했다. 도슨트가 마무리될 즈음 대표의 꿈이자 목표를 들었던 게 아직 기억에 남는다. 더 큰 공간에서 누구나 들러 예술적 감 채우고 가는 곳을 만들고 싶다는 꿈은 이제 200평이 넘는 문화공간으로 현실이 됐다.

비오는날 갈만한곳 4560 디자인하우스

디터 람스로부터 시작된 디자인에 대한 애정은 그가 디자이너로 몸담고 있었던 브라운사의 제품들을 수집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1950년~80년대의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제품으로 구성된 여러 개의 전시관은 브라운 비롯한 애플, 브리온베가, 올리베티 등 디자인적 가치가 있는 브랜드의 오브제를 사용해 꾸며졌다.

독일에 한 가정집에 와있는 듯한 이국적인 인테리어도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금 가장 핫하다고 할 수 있는 미드센추리모던 인테리어를 그 당시의 제품들로 구현했으니 클래식한 무드를 즐겨보자.

비오는날 갈만한곳 4560 디자인하우스

전시관의 한 섹션은 애플의 제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필자는 덕후라는 칭호를 붙이긴 아직 부족하지만 애플을 꽤나 사랑한다. 나와 같이 애플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더욱 흥미로운 공간이겠다. 

비오는날 갈만한곳 4560 디자인하우스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는 디터 람스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디터 람스의 포켓 라디오 제품을 모티브로 아이팟이 탄생하게 되고 지금의 아이폰까지 이어지게 됐다. ‘좋은 디자인은 오래간다’라는 디터 람스의 디자인 10계명의 한 구절처럼, 기술은 발전할 수 있지만 좋은 디자인은 그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는 디자인 철학을 잘 보여주는 듯하다.

비오는날 갈만한곳 4560 디자인하우스

이곳 역시 음료의 가격이 없고 입장료에 음료 가격이 포함되어 있다. 모르고 봤을 땐 입장료 15,000원의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전시관을 감상해보면 이런 가격을 책정함에 감사를 표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4560의 직원들은 관리 직원인 동시에 전문 바리스타이다. 무료제공 음료라고 퀄리티를 낮게 만들지 않겠다는 대표의 주관이 보인다. 예술적 감각을 채우기 전 묵직한 고퀄리티의 커피 한 잔은 에피타이저로 제격이다. 디자인과 이야기, 감성이 가득한 곳에서 어딘가에 잠자고 있는 예술적 감각을 찾고 싶다면 이곳에 들러보는 건 어떨지.

– 운영시간
화~일 11:00 – 21:00
*월요일 휴관
– 입장료 (음료 1잔 무료제공)
성인 15,000원
학생(대학생 포함) 10,000원

3. 어쩌다 산책

비오는날 가볼만한곳 어쩌다 산책

책을 좋아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늘 우선순위에서 밀리곤 한다. 그렇지만 비가 오거나 더위에 야외활동이 힘들어지면 주섬주섬 책을 꺼내게 된다. 고요하고 뽀송한 실내에서 책을 읽는 건 힐링 그 자체이니 말이다.

비오는날 가볼만한곳 어쩌다 산책

혜화를 떠올리면 대학로의 북적거림과 극장가의 열정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런 매력에 혜화를 찾긴 하지만 고요한 힐링을 누리겠노라며 찾진 않았다. 이곳은 선입견같이 갖고 있었던 혜화의 이미지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입구부터 찾기가 쉽지 않다.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숨겨져있는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지하주차장이나 다름없는 곳을 재탄생 시켰기에 입구는 다소 폐쇄적이다. 그런 입구와 다르게 큰 유리로 된 벽과 널찍한 공간 배치에서 오는 개방감은 지하라도 전혀 답답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 계단을 따라 들어오는 볕이나 비를 보는 것은 오히려 힐링에 일조한다.

비오는날 가볼만한곳 어쩌다 산책

어쩌다 산책이라는 이름과 같이 이곳은 산책처럼 소소한 걸음을 즐기기에도 책을 사기에도 아주 만족스러운 곳이다. 지하로 난 계단을 중심으로 자갈로 된 작은 일본식 정원이 보인다. 지하이기에 빛을 많이 받지 못한다는 공간적 제약을 이끼와 회색빛 자갈로 조화롭게 만들었다. 작지만, 그래서 더 천천히 거닐 수 있어 사색하기 좋다.

비오는날 가볼만한곳 어쩌다 산책

정원과 카페가 이곳의 공간적 의미를 부여했다면 서점은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겠다. 책이 여느 서점만큼 많거나 다양하진 않다. 하지만 세심하게 선정해 정돈되어 있는 도서 배치, 한자 한자 채운 큐레이션 노트는 책에 대한 애틋함과 이곳을 어떤 철학으로 운영하고 있는지 보여주는듯하다.

비오는날 가볼만한곳 어쩌다 산책

어쩌다산책은 계절별로 하나의 주제를 정해 공간을 유기적으로 운영한다. 서점에선 주제에 맞는 도서를 선정하며 카페에서는 제철 재료를 사용한 시그니처 음료를 제공한다. 서점이자 카페이기도 한 이곳에서 계절을 담은 커피와 책을 함께 할 수 있으니 지나는 계절을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겠다. 직원도, 이용자도 고요한 분위기를 깨지 않는다. 서로의 쉼을 배려하는 모습이 썩 보기 좋다. 고요 속에 평안을 향유하고 싶다면 이곳에서 잠시 거닐어보자.

– 운영시간
월~일 12:00 – 21:00
– 대표메뉴
아메리카노 5,000원
카페라떼 5,500원
플랫화이트 5,500원
티 7,000원
케익 7,500원
(티, 케익은 계절에 따라 메뉴 및 가격이 변동될 수 있음)

>> 비일상의 모습, 서울 필름카메라로 담아보기


더위와 장마, 여러 가지 상황으로 바깥활동이 쉽지 않다. 볕이 좋은 날 맘껏 자연을 누릴 날을 기다리며 도심 속 힐링 공간에서 잠시나마 아쉬움을 달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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